By 김종도(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장)

수단에 거주하던 우리교민 28명이 지난 4월 23일 새벽에 수도 하르툼 한국대사관에서 출발하여 장장 33시간 약 1200km의 장거리를 위험을 무릅쓰고 달리고 달려 홍해 연안 포트수단 도착한 다음, 거기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젯다로 와서 우리 공군수송기로 지난 25일 오후 무사히 귀국하였다. 먼저 이들에게 위로와 축하를 드린다.

그리고 교민보호를 위해 수고한 정부 당국과 주.수단 한국대사관, 진정으로 협조해준 UAE과 사우디아라비아 측에도 감사를 드린다. 필자는 1982년부터 수단에서 만 10년간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두 번의 쿠데타를 목격하였다. 이번 두 군부 지도자의 무력충돌을 지켜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며 국내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좌) 부르한 장군  / (우) 다갈로 장군
(좌) 부르한 장군 / (우) 다갈로 장군

지난 4월 15일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반군이자 신속지원군(RSP)인 민병대는 정부군을 공격해 대통령궁, 육군참모총장관저, 하르툼 국제공항을 장악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정부군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두 집단의 수장은 1987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오마르 바시르 독재정권을 몰아내는데 힘을 합한 동지이다. 두 주인공은 정부군의 압둘 파타흐 부르한 장군과 민병대의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다. 1989년에 쿠데타로 집권한 오마르 바시르의 30년의 장기집권 독재종식을 요구하는 거리시위는 2018년 1월 주식인 빵값을 인상하면서 시작되었다.

그해 말에는 무려 3배나 인상이 되어 정부규탄시위가 계속되었다. 2019년 8월에 바쉬를 정권은 그 막을 내리고 군민 합동과도정부가 수립되었다. 또 다시 2021년 10월에 부르한과 다갈로가 함께 지휘하는 군부는 민정이양을 목표로 하던 과도정부를 쿠데타로 무너뜨렸다. 이번 무력충돌은 RSP의 10만 규모의 병력을 정부군에 통합하는 문제를 놓고 의견차이로 벌어지게 되었다.

김종도
김종도

RSP의 정부군 편입을 부르한은 2년을, 다갈로는 10년이 걸린다고 주장하였다. 각자의 셈법이 달랐던 것이다. 2013년에 조직된 RSP는 수단 서부 다르 푸르지역에서 정부군을 대신하여 인종청소를 자행하던 잔자위드 민병대에서 발전한 조직이다. RSP가 힘을 키워 전국적으로 조직원을 배치하면서 세력을 늘려가자 이에 위협을 느낀 정부군은 더 늦기 전에 조속한 RSP를 정부군에 통합하고자 했던 것이다.

195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수단은 그동안 16번의 쿠데타가 일어났으며 필자가 유학하던 1982~1992년 기간에도 2번이나 쿠데타가 발생하여 최루탄 맛과 통행금지의 맛을 봐야만 했다. 수단은 남수단이 2011년 7월 독립하기 전에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면적을 가지고 있었으며 150여 언어에 500여 부족이 공존하며 살아왔다.

수단이 주목을 받는 것은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고 김우중 대우회장이 그 잠재력을 보고 한때 중동본부를 이곳에 두었으며 타이어공장, 제약회사, 방직공장, 건설, 토목사업 등을 활발히 벌리기도 하였다. 수단의 잠재력을 보고 중동의 산유국들은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며 특히 아랍연맹의 농업발전 아랍기구의 본부를 하르툼에 두고 있다. 그만큼 농업잠재력이 있다는 증표이다. 필자가 한글학교장을 하면서 열무를 심어보니 2달 정도면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 내전이 시작되면서 세계 각국은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하였다. 부르한은 이집트와 밀접하며 다갈로는 리비아 국민군(LNA), 아랍에미리이트 그리고 러시아의 용병집단인 바그너 그룹과 밀접하다. 유엔이나 아랍연맹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마치 강건너 불 보듯 한다. 이는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방관하는 것은 죄악이다. 이제 세계는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수단에서 제2의 다르푸르 사태나 시리아 내전 같은 양상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혜를 하루 속히 모아야 할 때이다. 필자가 10년간 살아본 수단 사람들은 정말로 착하다.

필자는 두 군부 지도자가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인지 사심을 버리고 대화로써 하루 속히 내전을 종식하고 잠재력이 있는 수단을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중지를 모아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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