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력반도체로 주목 받는 질화갈륨(GaN) 반도체를 산업 현장에서 복사하듯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결정성이 높고 값비싼 질화갈륨(GaN) 반도체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이동선 교수(반도체공학과장) 연구팀이 금속유기화학 기상증착법*만으로 질화갈륨(GaN)* 반도체 원격 호모(homo)-에피택시*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 반도체 물질을 아주 잘 정렬된 형태의 박막으로 성장 시키는 에피택시 기술은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이다. 에피택시 기술을 응용한 GaN 원격 호모-에피택시는 GaN 웨이퍼 위에 2차원 물질*을 형성한 후, 웨이퍼와 동일한 품질의 GaN 반도체를 성장 시켜 쉽게 떼어낼 수 있어 하나의 GaN 웨이퍼로 질화갈륨 반도체를 복사하듯 계속 생산할 수 있다.
∘ 특히 GaN 반도체는 고속 스위칭, 저손실 및 고효율을 특징으로 차세대 전기 차용 전력반도체 물질로서 주목 받고 있으며 산업계에서의 활용이 기대된다.
* 금속유기화학 기상증착(Metal-organic chemical vapor deposition, MOCVD): 금속유기화합물을 이용해 반도체 박막을 성장시키는 공정으로, 금속유기화합물 전구체가 증발해 기체 상태로 웨이퍼에 전달되고, 증착기 내에서 화학반응을 통해 고체로 변환되어 웨이퍼 위에 박막으로 성장된다.
* 질화갈륨(GaN): 질화갈륨(GaN)은 기존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 대비 전력 효율성, 고온‧고압에 대한 내구성이 뛰어나다. 또한 스위칭(전기 신호를 켜고 끄는 것) 속도가 빨라 위성, 방산 등의 산업에서 수요가 특히 강하다.
* 에피택시: 반도체 제작에 이용되는 웨이퍼의 결정 격자에 맞추어 그 위에 결정성을 갖도록 동일 물질 혹은 유사한 물질을 박막으로 기르는 기술. 물질에 따라서 각각의 원자의 크기와 원자 간의 간격이 서로 달라서 웨이퍼와 동일한 혹은 유사한 격자의 물질만 기르는 것이 가능하다.
* 성장(growth): 반도체 용어로 웨이퍼 위에 결정성을 갖는 고품질의 얇은 박막층을 물리적, 화학적 방법을 통해 기르는 것을 의미한다.
* 2차원 물질(Two-dimensional material): 그래핀과 같이 원자 단위 두께의 단일 구조막으로 형성된 물질
□ 기존 에피택시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실제 활용되는 약 1μm(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반도체 물질을 얻기 위해서 대략 1,000배인 1mm 두께의 웨이퍼가 사용됐다.
∘ 이에 2017년 MIT 김지환 교수 연구팀이 분자 빔 에피택시법*을 활용하여 기존의 난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원격 에피택시’ 기술을 제안해 크게 주목 받았다.
* 분자 빔 에피택시(Molecular Beam Epitaxy, MBE): 다양한 재료를 초고진공 상태에서 분자 형태로 쏘아 증착시킴으로써 원하는 물질을 기판 위에 적층시키는(성장시키는) 방법
□ 김지환 교수팀이 제안한‘원격 에피택시’ 기술은 웨이퍼 위에 그래핀처럼 매우 얇은 2차원 물질을 형성하고 그 위에 반도체 물질을 성장 시키는 독특한 방식이다.
∘ 웨이퍼의 특성을 그대로 ‘복사’한 박막 형태의 고품질 반도체 물질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웨이퍼에서 ‘박리(떼어냄)’까지 할 수 있어 이론적으로는 웨이퍼를 무한히 재 사용할 수 있게 된다.
∘ 이 기술은 웨이퍼 표면의 전기적 특성이 그래핀 막을 투과하는 것을 이용한 원리로, 2 차원 물질을 사이에 두고 반도체 물질이 웨이퍼와 직접적으로 결합하지 않아서 반도체 물질만 박리할 수 있다.
□ 특히 LED 디스플레이나 전기차 충전장치 등에 널리 사용되는 GaN 반도체는 GaN 웨이퍼를 써야 효율이 가장 높으나 가격이 사파이어 웨이퍼보다 약 100배 비싸기 때문에 1,000분의 1 수준의 결정질 품질을 얻게 되는 사파이어 웨이퍼를 사용해 왔다. 이에 값비싼 GaN 웨이퍼를 재 사용할 수 있는 원격 에피택시 기술이 크게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 지금까지는 분자 빔 에피택시법과 금속유기화학 기상증착법을 함께 사용해야만 GaN 원격 에피택시 기술 구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유기화학 기상증착법’만 원격 호모-에피택시 기술에 적용할 경우, 고온 성장 조건에서 GaN 웨이퍼 표면이 분해되어 2차원 물질 삽입층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 이에 대하여 이동선 교수팀은 산업 계에서도 널리 활용하고 있는 ‘금속 유기화학 기상 증착’ 방식 만으로, 2 차원 물질이 형성된 GaN 웨이퍼 위에 저온 GaN 완충 층을 성장함으로써 2 차원 물질을 완벽히 덮어 보호하는 방식으로 GaN 반도체를 성장 시켜 박리할 수 있는 GaN 원격 호모-에피택시 기술을 최초로 구현해 낸 것이다.
□ 이동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GaN 원격 호모-에피택시’기술을 구현한 것으로,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이 기술을 토대로 향후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마이크로 LED 및 차세대 GaN 전력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이동선 교수가 지도하고 곽희민 박사과정생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오상호 교수 연구팀의 협력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 사업과 개인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을 받았으며, 재료과학‧화학 분야의 저명 국제 학술지인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에 2023년 12월 12일 온라인 게재됐다.